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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책/나만의 이야기

스스로 돈을 번다는 것의 숨은 의미

by 박기린 2025. 8. 8.

자립의 시작

올해(2025) 2월, 졸업과 동시에 신입 개발자의 삶이 시작됐다.

기숙사에서 벗어나 첫 자취, 첫 보험계약, 첫 월급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완전한 독립의 꿈이 실현됐다.

 

 

자립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자립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 자립의 의미가 뭘까?’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고자 노력했던 학생시절부터, 사회초년생이 되기 위해 취준을 하는 대학시절까지, 좋은 결과물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음에도 그 결과물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정말 막연했다. 취업하면 고민이 끝날까? 아니다. 바로 빚 갚기 위한 고민, 차와 집을 구하기 위한 고민, 결혼을 위한 고민 등 부정적이거나 걱정되는 고민거리만 즐비한다.

 

그나마, 집을 나와 자취를 하고, 보험과 통신비도 직접 내면서, 누군가에게 의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직접 번 돈의 최대 의의라고 생각했다. 막상 취직을 하고 돈을 받음에도, 대학생활과 드라마틱한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먼저 들기 보다는, 이 돈을 가지고 어떻게 굴려나가야 할지, 생활비 계획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활모습 자체는 퇴근 후나 하교 후나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돈의 소중함과 쓰임새를 더 알아버린 탓에, 더 절약하게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회사에 적응하며 그냥저냥 하루하루 살아가던 중에, 내 생각에 전환점이 찾아온다.




전환점 : 누나를 위한 노트북 선물

빠르게 말하자면, 누나에게 노트북을 선물하면서 예상치 못한 인식의 변화가 찾아온다. 전업주부인 탓에 돈을 벌지 못해 서러움을 당한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예상치 못한 공감이 일어났다.

 

선물을 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1. 울집 강아지 동동이의 슬러지 제거 수술
2. 어머니의 손목 수술
3. 작은누나의 재입학 학자금과 생활비 지원
4. 누나의 노트북 고장
5. 나의 취직

 

 

‘보험이 되지 않는 강아지 수술 비용 + 어머니의 손목 수술 비용 + 작은누나의 학자금과 생활비 지원’을 부모님과 함께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큰누나의 벌이가 엄청나면 모를까, 혼자 먹고살기 빠듯한 상황에서 이 비용들이 겹치니 당장도 부담인 와중에, 노트북까지 고장이 난 것이다. 게다가 노트북은 업무와 직결되기에 하루빨리 주문이 필요했다.

나한테 업무에 좋은 모델을 찾아달라는 연락이 오고, 원래는 찾기만하고 끝내려고 했다. 그런데 직장 동료가 ‘혹시 누나 노트북 사주는 건가요?’라고 물어봤는데, 그때 생각이 들었다.

‘나도 돈을 벌고 있는데, 이참에 누나에게 한 번 선물해줘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바로 결제해서 보냈다.



 

공감 : 어머니의 후회

어머니는 최근에 큰 후회를 하신 적이 있었다. 요약해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전업주부에 충실한 삶
2. 직접 번 돈이 없이 남편에게 받는 입장
3. 그 돈 마저도 딱 생활비만 주는 상황
4. 최근에 할머니의 뇌경색 신경마비 치매가 닥침
5. 외가 형제들이 모든 돈을 감당하는 가운데, 돈을 줄 수 없는 어머니는 거의 매일 간호하러 찾아감.
6. 간호하던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어 (손목 수술의 주요 요인이기도 함), 결국 요양원에 모시자는 제안을 했다가 큰 서러움을 당함.

 

원래 어머니는 남에게 빚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고, 자식에게도 절대 돈을 빌리지 않으신다. 할머니에 관련된 일도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직접 간호를 한 것이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는 역시 돈의 힘이 강했다. 어머니의 노력보다 돈 내주는 사람의 입김이 강했고, 오히려 된 통 나무라기만 하는 형제들 사이에 슬픔만 가득 채우셨다.

스스로 번 돈이 없어 무력하게 당하는 현실에 슬프면서도, 당장 뭘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절망에 좌절한 경험이 있으시다.



 

만약 내가 취직을 못하거나 돈을 모으지 못했다면?

일단 내 생활비와 취준비를 위해서 가족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 용돈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빚이다. 내가 이 용돈을 모아서 누나의 노트북 구매비용이나 수술비용에 보태더라도, 결국 가족에게 받은 돈이라 기분이 상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으면 그나마 줄 수라도 있지, 못 모으기가 태반이다.

요즘 취준생 생활은 당연한 것이고, 대학 졸업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이니 돈을 못 내더라도 전혀 찔릴 필요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힘든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 주면 그거대로 서럽고 자괴감이 들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감사하게도 그 반대로 되었고, 어머니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도울 수 있었다.



뜻 밖의 의미

자립이 진짜 뿌듯하고 감사한 순간은, 직접 번 돈으로 주체적 의지를 갖고 도울 때 발생한다.

누군가에겐 푼돈이고 누군가에게는 감당 안 될 돈 200만원. 하지만 돈의 양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의존이나 간섭없이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감사함이 일어났고, 인간다움이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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