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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영화감상문

[영화감상문]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2023)

by GiraffePark 2023. 12. 31.

 

 

 


영화의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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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제목 : 오펜하이머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공개일 : 2023/8/15
본 날짜 : 2023/12/30
영상 길이 : 180분 (3시간 9초)
시청 방법 : 애플티비 구매 후 시청

 

 

 

 


보게 된 동기 + 포스터에 대해 느낀점

침착맨님과 궤도님의 오펜하이머 설명 영상을 보고, 언젠가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3시간 러닝타임이라는 긴 시간에 부담을 느껴 선뜻 도전하지 못했다가, 애플티비에서 싼 가격에 사전예약을 진행하길래 바로 사버렸다. 사놓고도 계속 미루면 아깝기에, 큰 맘 먹고 주말을 이용해서 다 봤다.

포스터를 보면

  • 오펜하이머 
  • 배경에 놓인 폭탄과 폭발(불기둥)
  • 불기둥의 색으로 뒤덮힌 모습

위 요소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오펜하이머를 이야기할 때 절때 떼어낼 수 없는 원자폭탄. 놀란은 이 폭탄을 제작하는 과정만 그린 게 아니라,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의 핵분열과 핵융합을 은유적으로 엮어서, 두 인물의 삶과 청문회를 녹아내고 있다. 그 의미를 알고 다시 포스터를 보니, 이전에는 단순히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인가보다‘ 싶었던 모습을, 지금은 좀 더 복잡하게 느낀다.

 

 

 


내맘대로 글쓰기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의 두 청문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당연히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순서대로 설명할 거라고 예상한 나를 제대로 혼냈다. 시간의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의 두 청문회 사이에는 몇 년 간의 공백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는 마치 동시에 청문회가 진행되는 것처럼 표현을 한다.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캡쳐

이 두 청문회는 가장 큰 차이점을 하나 가지는데, 바로 흑백과 컬러라는 점이다. 오펜하이머의 청문회와 회상장면은 모두 컬러, 반대로 스트로스의 청문회와 회상장면은 모두 흑백이다.또 신기한 건, 컬러가 더 최신 이야기인 것 같아 보이지만, 아예 반대이다.

오펜하이머 폭탄 개발 → 오펜하이머 청문회 → 스트로스 청문회

위 순서대로 실제 역사가 진행되는데, 스트로스 청문회를 흑백으로 내보낸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오펜하이머(컬러) 파트를 핵분열 (원자폭탄)>, <스트로스(흑백) 파트를 핵융합(수소폭탄)>이라고 말한다. 원자폭탄으로 득세했다가, 수소폭탄(수소폭탄 반대로 인해 공산당으로 몰려 청문회를 받음)으로 나락을 간 오펜하이머의 모습을 두 파트로 나누고, 그 파트의 구분을 흑백과 컬러로 나눴다. 아마 오펜하이머가 직접 경험하면서 내면이 드러나는 장면은 컬러, 그렇지 않은 장면은 흑백으로 나눈 것으로 보인다.

 

 

 

오펜하이머 메인 에고편 캡쳐

단순히 핵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과학 영화 or 전쟁 영화 or 선전 영화 등으로 치부할 수 없는 영화이다. ‘완벽해보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천재의 삶’, ‘열등감을 가진 삶’을 비롯하여 수많은 성향과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을 이룬다. 우리가 단순히 역사책에서 한 줄로만 읽고 넘어갔을 이야기 안에는 정말 수많은 정치와 싸움, 갈등이 담겨 있음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그 과정 속에서 흥망성쇠를 겪는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 그리고 그 주변인들의 상황 속에서 어쩌면 핵개발과 핵폭발 못지 않은 개인의 파멸이 드러나고, 그렇기에 청문회 장면에 원자폭탄(핵분열)과 수소폭탄(핵융합)의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캡쳐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아인슈타인과의 대화가 엄청 인상깊다. 이 모든 청문회 과정이 단순히 스트로스의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오해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 대사 안에 담긴 또 다른 뜻을 발견한다. 마치 핵분열의 연쇄반응으로 폭탄이 만들어지고 이 폭탄으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처럼,  스트로스의 자격지심이 불러온 작은 오해가 두 거물의 파멸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음을 전달한다. 그렇게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애플티비 - 아이패드로 영화를 봤는데, 정말 아쉬웠던 점이 음향이었다. 영화의 bgm이 별로였다는 말은 전혀 아니고, 이 미친 긴장감을 영화관의 풍부한 사운드로 즐겼다면 얼마나 더 짜릿했을까에 대한 아쉬움이다. 
놀란 감독의 영화가 ost로 항상 칭찬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이번 오펜하이머의 음향은 정말 박진감 넘쳤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건 ‘군중의 발소리'였다. 군중의 발소리의 정체는 영화 중간에 ‘핵폭발의 성공에 환호하는 군중들이 낸 발소리'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정작 영화 내에서 발소리는 극 초반부터 등장하며, 오펜하이머가 즐겁기는 커녕 오히려 정서가 아주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 들려준다. 

 


‘군중의 발소리’가 등장할 때마다 오펜하이머는 심각한 내적갈등에 휩싸이고, 내면의 변화가 일어난다.

1. 연구에 대한 열망을 가졌지만 케임브리지에서 고통받은 오펜하이머 → 독사과로 교수를 죽이려다 개심하고, 닐스 보어의 도움으로 대학을 옮겨 연구에 꽃을 피움.

2. 맨해튼 프로제트의 대빵 오펜하이머 → 애국심에 불타 여러 과학자들의 반대되는 의견을 무릅쓰고 원자폭탄 개발에 힘쓰다가, 정말로 세상의 파괴자가 되고 폭탄의 무서움을 실감하여 수소폭탄 개발 만큼은 반대함.

3. 공산주의자 오명이 쓰인 오펜하이머 → 수소폭탄에 반대하다가 스트로스와 대립하면서 자신의 무결성을 계속 주장해나가지만, 결국 공멸함.

위 세 장면에서 군중의 발소리는 여지없이 오펜하이머의 머릿속을 휘젓는다.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캡쳐

두 번째 장면에서, 좋아하는 군중들 사이에 오열하거나 구토하는 관계자들의 모습과 주검이 된 피해자의 모습은 오펜하이머가 느끼고 있는 섬뜩함을 공감하게 해주었다. 오펜하이머는 그 섬뜩함을 가지고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한다. 소련과의 상호확증파괴 노선을 저지하고 다시는 그 장면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 과정에서 스트로스와 대립을 하게 되는데, 이 청문회 과정 속에서 오히려 스트로스와 오펜하이머 두 인물이 공멸하게 된다. 오펜하이머가 두려워했던 상호확증파괴가 정작 본인에게 나타나버린 것이다. 그 파괴의 장면에서도 여지없이 군중의 발소리가 들린다. (세 번째 장면)
최종장에서 ’오펜하이머를 배신하고 결국 수소폭탄을 개발해낸 텔러‘와 악수를 하면서 끝나는 처량한 노인 오펜하이머의 모습은, 핵폭탄의 피해자처럼 무언가가 파괴당한 모습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통해서 ‘원자폭탄 개발 과정을 잘 알게 됐다. 오펜하이머의 삶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OST와 전개가 흥미진진했다.’ 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놀란의 플롯 전달 방식에도 주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전개가 청문회로 시작해서 청문회로 끝나고, 이 모든 과정이 스트로스의 자격지심에 의한 착오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스트로스가 착오를 해서 오펜하이머가 이런 누명을 썼다는 사실은 없다. 놀란의 픽션이 들어간 부분이다. 그런데 작은 픽션이 3시간짜리 영화 내용을 전달하는 정말 획기적인 방법이 된다. 그리고 아까 말했던 핵분열/핵융합이라는 투 트랙의 주제로 두 청문회를 구성하고, 이를 흑백과 컬러로 구분해서 전달한다는 점도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아직 궁금한 점이 남아 있긴 하다. 스트로스의 이야기를 ‘흑백'으로 전달한 이유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이제부터 읽어보려고 한다. 

 


솔직히 한 번만 봐서는 안 될 영화인 거 같다. 여기에 실제 배경지식을 공부한 후 다른 사람들의 영화 해석을 곁들여서 2차 시청을 하면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3시간 러닝타임이 마음에 걸린다. 영화의 몰입이 좋아도 몸 자체가 받아주질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2회차 시청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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