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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영화감상문

[영화감상문]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2015)

by 박기린 2024. 9. 9.


영화의 기본 정보

영상 제목 : 인사이드 아웃
감독 : 피트 닥터
영화 공개일 : 2015.7.9
본 날짜 : 2024.9.6
영상 길이 :94분
시청 방법 : 디즈니플러스

 

 

 


보게 된 동기 +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낀 점

원래는 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친구가 인사이드 아웃2를 보러 가자고 권유를 했다. 2편을 보려면, 당연히 1편도 보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OTT로 볼 수 있는 지 확인을 했는데,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었다. 급하게 누나의 계정을 빌려서 시청을 했는데, 이걸 왜 이제 봤나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명작이었다.

표지는 라일리의 실루엣과 내부 감정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감정 친구들 뒤에는 색깔 원들이 덕지덕지 붙여 있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기억 구슬의 색깔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근데 기묘한 특징으로, 기쁨을 나타내는 노란색 원이 없다. 다른 색깔은 전부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가장 큰 원은 슬픔을 나타내는 파란색이고, 라일리 실루엣 전반에도 파란색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도 영화 내용에 대해 은은하게 밝히는 부분이지 않나 싶다.

 

 

 


내맘대로 글쓰기

어른이 되고서야 본 만화 영화. 이걸 왜 일찍 보지 않았을까 아쉬우면서도, 오히려 어른이 되고 감정의 성숙이 온 상태에서 봤기에 더 깊은 이해와 감동을 갖고 본 것이 아닐까 감사하기도 한 영화이다.

스토리 라인은 두 개의 큰 줄기로 나눠진다.

1. 현실의 라일리
2. 라일리의 감정 세계

 

현실의 라일리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등교하면서 일상을 보내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감정 세계는 일상의 사건에 맞춰서 감정들끼리 의논하고 대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감정의 성장에 대해 깊이 있으면서도 쉽고 매력적으로 설명한다.
태어났을 때는 ‘기쁨’이라는 감정만 있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등장한다. 라일리가 경험하는 모든 기억들은 이 5가지의 감정에 의해 딱지가 붙어져서, ‘기쁜 기억, 슬픈 기억, 화난 기억, 까칠한 기억, 소심한 기억'이 된다. 라일리가 경험하는 순간의 행동과 기억들은 감정 세계의 감정 친구들에 의해 다뤄진다.

 

 

컨트롤의 헤드는 주로 ‘기쁨'이가 맡는다. 사실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동물은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 위해 산다. 그렇기에 모든 행동은 포괄적으로 보면 기쁨을 추구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감독은 컨트롤 타워를 기쁨에게 맡긴 것으로 예상한다. 나머지 네 감정들은 기쁨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 닥쳤을 때 잠깐 컨트롤 타워를 맡는 형식이다.

 


문제는 ‘슬픔'에서 시작된다. 라일리가 슬픔을 느낄 상황만 되면, 슬픔이는 저절로 컨트롤 타워와 기억을 만지려는 본능이 깨어나고, ‘기쁨'은 이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다. 항상 라일리가 기뻤으면 좋겠는데, 슬픔이가 그걸 방해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쁨이는 슬픔이를 계속 압박하지만, 그럴수록 라일리의 슬픔에 반응하여 본능적으로 슬픔이가 움직인다.
이를 계속 말리려는 기쁨이와 슬픔이 사이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엄청난 실수로 인해 둘이 동시에 컨트롤 타워에서 추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컨트롤 타워에서 사라지면서, 라일리 역시 기쁨과 슬픔을 잃게 되고, 감정이 망가지면서 크나큰 문제들을 겪기 시작한다. 슬퍼야 할 때 슬퍼하지 못하고, 웃을 상황에 웃지 못하니, 남아있는 ‘버럭, 까칠, 소심'에 의해 굉장히 신경질적인 행동만 이어나간다. 추방당한 기쁨이와 슬픔이는 어떻게든 다시 컨트롤 타워로 돌아가려고 하고, 이 과정을 그려낸 것이 영화의 주 흐름이다.

 

 


컨트롤 타워 밖에는 온갖 기억들로 구성된 ‘기억 세계'가 존재한다. 이 세계에서 보이는 모든 사건과 사물들은 마치 실제 내 기억 속에도 있을 것 같아 보일 정도로 꼼꼼하면서도 다채롭고 매력적으로 묘사된다.
특별히 기억나는 요소들은

1. 나만의 상상친구 빙봉
2. 꿈을 연극하고 상영하는 극단
3. 무서운 기억을 감금해놓은 동굴과 삐에로 풍선
4. 추상적 공간

이다.

 

 

나만의 상상친구 빙봉 : 짱구의 흰둥이 말구, 내가 정말 좋아하던 애착 인형 ‘흰둥이'가 있었는데, 그 인형의 모습 그대로 상상 속에서 나만의 친구로 항상 자리매김했었다. 맨날 그 아이와 산책하거나 다양한 게임 세계를 함께 탐험하거나 침대에 함께 누워 꼭 껴안고 잠을 자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아이를 기억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잊어버렸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영화 속의 빙봉이 사라질 때 흰둥이와 겹쳐 보여서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 흰둥이를 다시 떠올린 것처럼 라일리도 언젠가 다시 떠올려서 빙봉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조그만한 소망을 갖고 있다.

꿈을 연극하고 상영하는 극단 & 무서운 기억을 감금해놓은 동굴과 삐에로 풍선 : 진짜 이것도 내 마음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거 같아서 인상이 깊었다.


추상적 공간 : 어떻게 보면 기억과 상상의 내용들도 추상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은데, 작중에는 ‘추상적인 공간'을 따로 마련해놓는다. 그래서 이 공간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는데, 아마 라일리 본인 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미묘한 감정과 느낌을 저장하는 곳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추상적 공간에 대해 생각하면서 ‘아 뭔가 알 거 같으면서도 모르겠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이 자체도 정말 추상적 공간에 걸맞은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기쁨이는 컨트롤 타워에 돌아갈 수 없는 온갖 억까에 시달리면서 좌절을 하는데, 그때 큰 발견을 한다. ‘기쁜 기억이라고 생각했는데, 원래는 슬픈 기억이었던 기억'을 발견한다. 원래는 ‘친구들한테 헹가레를 받으면서 행복해 하는 기억’이었는데, 기억을 되감기하니 ‘부모님께 울면서 위로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구슬의 색깔도 노란색이었다가 파란색이 된다. 그리고 반대로 기억을 재생하면 파란색이 노란색으로 변한다. 그때 깨닫는다. 기억은 하나의 감정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복합적인 기억이 존재하며, 다른 감정을 통해서 기쁨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이 더 큰 기쁨과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기쁨이는 이 깨달음을 토대로 힘을 내서 다시 복귀 시도를 하고, 최종적으로 성공을 한다. 게다가 슬픔의 필요성 역시 깨달았기에,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감정 컨트롤을 맡기고, 그동안 감정이 망가졌던 라일리는 슬픔의 감정을 되찾고 울음으로써 정상적인 감정선을 되찾는다. 그때 부모님께 위로를 받고 다시 기운을 차리면서, 슬프면서도 나중에는 기쁨으로 승화된 복합적인 기억을 만들어낸다.

 


이 내용들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이는 다양한 상황을 닥치면서 여러 감정이 들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감정을 미흡하게 다루면서 흑역사도 세워간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성숙이 되고 어른이 되어간다.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여러 메시지를 던져준다. 어른은 사회 속에서 여러 감정들을 묶어놓고 산다. 슬퍼할 상황에서 슬픔을 잃고,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 분노를 잃고, 기쁨은 자연스럽게 줄어간다. 어떤 사람은 슬픔 또는 분노를 안 좋은 것으로 치부하고는, 억지로 눈물을 참거나 화를 참는다. 물론 과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게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걸 억압하는 거 역시 좋지 않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감정의 억압은 감정 친구들을 괴롭힘과 동시에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결국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고 성숙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잘 말해준다.

오히려 이 영화를 어른이 되고나서 봤기에 좀 더 깊이 생각해본 것도 있을 것이다. 2015년이면 중학생일 때인데, 사춘기 시절에 이 영화를 봤으면 어떤 걸 느꼈을까? 근데 사춘기 나름의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는(?) 감정선과 겹쳐서 또 다른 생각과 후기를 남길 수 있을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아무튼 이 영화를 지금이라도 봐서 다행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한 번 쯤은 꼭 보라고 적극 추천할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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